[사설]30년 만의 고용보험 개편, 프리랜서·택배 가입 길도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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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5-07-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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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30년 만에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바꾸기로 했다. 다양한 고용 형태와 ‘투잡’식의 다중 취업이 일상이 된 노동시장 변화를 감안해 기존의 근로시간 중심에서 소득 기반으로 고용보험 체계를 전환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1995년 고용보험 도입 후 유지해온 기준이 바뀌면 프리랜서나 초단기 노동자 등도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하려면 한 사업장에서 월 60시간(주 15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등 일정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거나 다중 취업자·초단기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됐다. 개정안은 주 15시간 기준을 폐지하고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대상자로 인정한다. 보험료 징수도 1년간의 실제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렇게 되면 국세청 소득 전산 조회로 가입이 누락된 노동자 파악이 훨씬 수월해진다. 미가입 노동자를 직권으로 가입시킬 수 있고, 사업주가 고의로 누락시키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92.3%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54.7%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보험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 사각지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예술인·특수고용노동자로 대상을 확대했지만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개편안은 뒤늦게나마 이를 넓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큰 부담이라며 반발하지만,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 가입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되레 안전망의 필요성을 느낀 자발적 가입이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8.9% 늘어난 것을 보면, 고용보험은 더 두터워져야 한다.
이제 정부는 바뀐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소득 기준을 얼마로 할지 전문가 등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재원을 걱정하지만, 가입자가 많아지면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야당도 경기 침체기에 절실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법 개정에 협조하기 바란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엄청난 국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 위기는, 기존의 적성국이나 경쟁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의 근간이라 생각했던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증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 현실주의 해법인 우적(友敵) 관계와 동맹 여부가 기준이 아니다. 미국은 안보우산 철회와 막대한 소비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무기로 세계 모든 국가에 미국에 봉사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해온 동맹국들에 더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가장 친미적인 국가 이미지를 간직해온 일본도 예외 없이 관세폭탄을 맞았다. 미국의 안보우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서유럽 국가들 역시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증액하도록 압박을 받았다. 미국 자유주의 패권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관세와 지정학 게임에 직면한 동맹들은 아직 미국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나 새 대책을 찾지 못했다. 각국은 예외 없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더 강력한 관세폭탄을 맞기 전에 누가 먼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선에서 수용하느냐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기존과 전혀 다른 미국에 직면
한국처럼 미국에 호의적인 나라는 지구상에 드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80%를 넘기고 있다.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라 부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 패권의 정치경제적 보호막 속에서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 정보기술(IT) 혁명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더구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위협적인 규모와 역량을 지닌 중국이 가장 가까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중국과 수많은 대규모의 전쟁을 치렀다. 생존한 소수의 민족 중 하나지만 존재적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한국은 외길외교, 외길안보, 외길경제 모델에 심취해 있었다. 트럼프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하거나 어떠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수용하라 압박할 무리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연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기존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국은 자신이 과거 구축해놓은 규범과 국제질서는 더 이상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얼마간의 칭찬과 예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외교안보·경제의 근간이 무너질 판이다. 경제-안보 ‘원스톱 쇼핑’을 공언하는 트럼프 정부는 국내 산업 공동화, 대량실업을 야기할 막대한 규모의 대미투자와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분담금을 기존의 10배까지 올리라고 한다. 국방비 지출은 현 2.5% 선에서 5% 선까지 인상하라 압박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한국군까지 대중국 억제 전략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동맹의 비용을 초과할 태세다. 국민의 생존권, 산업기반, 기술자립, 국가안보 모두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지니는 태생적인 취약성인 ‘끼인 국가, 분단국가, 자원빈곤국, 중소국’의 비극이 전면에 부각된다.
한국은 한·미 동맹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아직도 심취한 채, 새로운 세력 전이의 추세에 대비하거나 자신의 취약성을 보강하는 데 소홀하다. 다행히도 이재명 정부가 국익에 기반한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 것은 적어도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적절한 대응책이다. 환경에 변동이 생기면 외교 전략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이념·가치 중심 외교에서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제3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재명표 실용주의 외교는 첫 단추를 무난하게 끼웠다. 취임하자마자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의 주요 정상들을 두루 만났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대통령 직접 참여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파견했다. 이 회의는 군사·안보적인 성격으로,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재명 실용주의 외교의 상상력과 유연성을 발목 잡을 수도 있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5% 국방비 인상과 같은 집단적인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다. 참여해도 어려운 처지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고립된다는 비판에 직면할 사안이었다. 제3의 길을 택한 것은 선견지명이었다. 조율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호주가 연이어 불참을 선언해 이들 국가 역시 우리와 동병상련의 상황임을 보여주었다.
이념·동맹에만 한국 명운 못 걸어
이재명표 외교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고, 향후 첩첩산중이다. 당장은 9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2차 대전 전승절 행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기를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시험 무대가 된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먼저 치르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현재로서는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지 알 수 없다. 차선은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일본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우선 진행해 친중의 비난을 불식하는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보완적 방법이다. 한국 외교가,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명자 때 언급한 바 있는 “지역적·전략적 안정성”을 잘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기존의 한국 외교가 가지지 못했던 전략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절묘한 좌표로 보인다.
미국의 성격과 위상이 변하고 역내 세력균형이 변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 이념, 동맹에만 한국의 명운을 걸 수는 없다. 한·미 동맹이 여전히 한국 대외 정책의 핵심축이 되어야겠지만,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롭고 유연한 외교 전략과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와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독사와 사자들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들어선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가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화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압박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인사(人事)는 모든 처방의 시작이다. 이재명 정부는 소아(小我)를 넘어서서 국내 최고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를 기대한다.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던 지난달 14일은 하루종일 비가 올 거라고 예보됐던 날이었다. 걱정이 무색하도록 하늘이 맑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는 풍경은 예뻤지만 정말 더웠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열기와 함께 습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한 참가자의 투덜거림을 듣고서는 ‘웃참’에 실패했다. “아니 나는 퀴어 당사자니까 왔는데, 이 날씨에 여기에 오는 앨라이(성소수자들의 지지자)들은 진짜 대단하다.” 퀴어퍼레이드 단골 참가자들은 ‘퀴퍼 날은 항상 덥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이들이 매년 거리에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성소수자 집단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 자체가 저항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70여개 부스가 차려진 5차선 도로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쓴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퀴어 당사자는 아니지만 퀴어퍼레이드에 갔던 것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사상 처음으로 낸 공식 부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언론의 성소수자 관련 보도가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지 않도록 하고, 퀴어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현장을 안전하고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이해했다. 매달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으로서 반갑고 기뻤다.
무지개색 부채와 귀여운 병따개 ‘굿즈’를 나눠주며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언론노조 부스에서는 ‘최악의 성소수자 보도 헤드라인 고르기’, ‘언론에 바라는 점 포스트잇 붙이기’ 행사가 진행됐는데, 스티커를 붙이는 판에 자리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렸다. 방문객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긴 줄을 서길 마다하지 않았다. 포스트잇을 받아들고 어떤 의견을 적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빼곡하게 붙었던 포스트잇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옮겨보면 이렇다. “어떡하죠, 우리는 세상 곳곳에 있는데요”, “나의 존재는 너의 기삿거리가 아니다”, “그냥 다 같은 인간으로 보세요”, “인권 앞에 기계적 중립은 없다”, “혐오의 확성기가 되지 마세요” 누군지 모를 동료들의 메시지도 있었다. “방송국에도 퀴어 많아요”, “커밍아웃하고 싶어요. -현직 기자-” 이날 참가자들이 최악의 헤드라인 1위로 꼽은 제목은 <“동성애 막아내는 방파제 되자” 20만명 서울 도심서 함성> 이었다. 이날도 ‘방파제’를 자처한 개신교계 단체들은 어김없이 ‘동성애 반대’ ‘동성애 싫어요’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2023년 발언이 알려진 것은 공교롭게도 퀴어퍼레이드 다음 날이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비판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어제 동성애 축제에 다녀왔으니 이제 나도 분위기를 따라 동성애자가 되는 건가. 이렇게 이성애가 판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는 동성애자들에게는 도대체 왜 이성애가 확산되지 않는 걸까. 동성혼을 허용한 국가들 중에 한국보다 출생률이 낮은 나라가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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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덥잖은 생각이 꼬리를 무는 와중에 그가 다음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했다는 발언에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김 총리는 “차별금지법을 본인의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고, 자신의 개인적이거나 종교적인 신념에 기초해서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 중 ‘차별금지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있는 법안은 없으니 사실관계부터가 틀렸다. 다 떠나서 ‘특정 집단을 차별할 자유’라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라고 볼 수는 없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어떤 국회의원도 여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한 글로벌 리서치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 성소수자 비율은 약 6%라고 한다. 유권자 중 6%를 계산하면 약 266만명으로 대구광역시 인구보다 많다. 이 정도 규모의 유권자 집단이 ‘가시화되지 않은 성소수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무시당했을지 의문이다. 김 총리는 취임식에서 “사회적 약자를 한 명도 남기지 않고 구하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사회적 약자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됐길 바란다.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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